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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포탄·미사일 지원 김정은에 안보리 거부권으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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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03. 29. 05:40

러,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활동 연장 막아
푸틴, 김정은의 무기 지원 대가로 대북제재 체제 약화 시도
황준국 유엔대사 "범죄 상황서 CCTV 파손"
미 "북핵·탄도미사일 대응 약화"
푸틴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로켓 조립 격납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을 막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북한의 포탄 100만발, 최신 미사일 수십 발 지원에 대한 대가의 일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핵무기·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WMD) 개발 억제를 위한 국제적 대북제재 체제가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체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빈틈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정은
북한은 2023년 11월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발사 장면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러,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 막아
푸틴, 김정은의 무기 지원 대가로 대북제재 체제 약화 시도 해석
러시아는 28일(현지시간) 진행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연장 결의안을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안보리는 매년 3월께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 왔는데 이번에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4월 30일로 종료된다.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면 안보리는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유엔 회원국에게 신뢰성 있게 알릴 수단을 잃게 된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활동해 왔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이번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했다.

NORTHKOREA-SANCTIONS/UN-RUSSIA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결의안 채택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황준국 유엔대사 "범죄 상황서 CCTV 파손"
미 백악관 "북 핵·탄도미사일 대응 제재 약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건이 부결된 후 발언에서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고 규탄했다.

황 대사는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의 러시아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커비 보좌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불법적인 전쟁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북한에서) 수입하는 등 한동안 대북 제재를 위반해 왔다"며 "북·러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국가가 매우 우려해야 할 사안이며 그런 국가에는 오늘 기권하기로 선택한 중국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유엔 본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미 국무부 "러 거부권 행사, '타락한 거래'...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쉽게 하려는 의도"
"북한 두둔 국가에 대응...북 불법 무기 개발 정보, 대중과 안보리 회원국에 공개 지속"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 같다"고 해석했다.

밀러 대변인은 "러시아는 북한과 체결한 타락한 거래를 진전시키기 위해 오늘의 행동을 통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냉소적으로 약화시켰다"며 "오늘의 비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이어가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 결탁했다는 패널 보고를 덮기 위한 이기적인 노력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과 거래에서 자기 몫을 어떤 방식으로 이행하려고 할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늘 그 방식 중 하나를 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러시아 홀로 이 비토의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지난 14년간 패널 활동을 지지해 온 중국이 임기 연장 투표에서 기권한 것에 대해서도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밀러 대변인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더라도 대북제재는 유효하다면서 유사 입장국들과 협력해 북한의 위협을 줄이고 북한을 두둔하려는 이들에게 대응하겠다"며 "우리는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그 정보를 대중과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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