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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은행권 글로벌·IB 속도내 비이자이익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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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4. 04. 08. 18:01

이선영증명
비이자이익 확대를 추진해 온 은행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다.

은행은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많아지면 '이자장사'를 한다는 질타를 받곤 했다. 은행이 이자장사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안은 비이자이익 확대였다. 해외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를 받으며 비이자이익을 얻지만, 국내 은행은 계좌유지비나 자동화기기(ATM) 인출 수수료 등이 모두 무료다.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정도였단 얘기다.

ELS와 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얻는 수수료가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이다. 은행은 수수료를 늘리기 위해 영업점 직원들을 평가하는 핵심 성과지표(KPI)에 관련 배점을 높였다. 이는 무리한 영업으로 이어졌다. 실적 경쟁에 내몰린 직원들은 홍콩 H지수 ELS를 공격적으로 판매했고, ELS 사태가 터졌다.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수수료 이익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의 고민도 깊다.
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이자장사와 다를 바 없는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확대에 치중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은행을 찾아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게 '앉아서 돈 버는' 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수료 수익에만 집중한다면 제2의 ELS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자나 수수료 이익이 아닌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당장은 부진하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발판을 다질 필요가 있다. 우량한 기업대출만 취급할 게 아닌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로 기업 성장을 돕는 것도 은행이 주목할 부분이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의 순위가 낮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국내 장사에 만족할 게 아니라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계기가 됐지만, 단순히 금융상품 판매 논란에 머물러선 안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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