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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야생차와 20년’ 화엄사 구층암 덕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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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황의중 기자

승인 : 2024. 07. 09. 16:23

[인터뷰] 화엄사 구층암 주지
2005년부터 직접 야생차 따서 차 만든 장인
"차나무도 스트레스 받아...차는 편하게 마셔라"
덕제스님2
지리산 화엄사 일원에서 자라난 야생차를 따고 있는 구층암 주지 덕제스님. 덕제스님은 몸에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20년 가까이 연구와 차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제공=구층암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본사 지리산 화엄사는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화엄사 대웅전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나오는 구층암은 모과나무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기둥으로 쓴 고즈넉한 암자다. 이곳에는 지리산 야생차로 20년 가까이 차를 만든 장인 덕제스님이 머물고 있다.

덕제스님은 조계종 원로의원(화엄사 회주) 종열스님을 1995년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2007년 9월부터 현재까지 구층암 주지를 맡고 있다. 2005년 직접 차를 만든 이후 승려로 삶 대부분을 차와 함께했다.

최근 구층암에서 만난 덕제스님은 차나무도 생명인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산 차는 중국 차만 못하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를 맑게 하고 건강에 좋은 차를 누구나 물처럼 마셨으면 좋겠다며 차는 "격식 차릴 것 없이 편하게 마시라"고 권했다. 다음은 덕제스님과 나눈 대화다.

-직접 차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출가 후 스님들이 녹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차를 6개월 정도 마셨다. 그런데 속이 쓰리고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녹차를 마시지 않다가 선원(禪院)을 다니면서 보이차를 접하게 됐다. 보이차는 마셔도 녹차를 마실 때 같은 안 좋은 증상이 없었다. 그러다 2005년 화엄사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일대 야생차를 따서 차를 만들어 봤다. 놀랍게도 지리산 야생차는 맛도 좋고 속 쓰림도 없었다. 아울러 차의 기운도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일면서 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화엄사 차의 역사는.

"화엄사 차의 역사를 말하려면 신라 때 화엄사를 창건한 인도 승려 연기조사(緣起祖師)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기조사는 효심이 지극해서 가장 좋은 차를 항상 어머니께 공양 올렸다고 한다. 그 뜻을 기리고 효심을 본받고자 635년에 신라 자장율사께서 현재 국보인 화엄사 4사자3층 석탑을 조성했다. 이 석탑을 보면 연기조사로 보이는 인물이 석등에서 차를 석탑 안에 어머니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올리고 있다."

-화엄사 야생차의 특징이라면.

"우리나라에는 남해 보리암·통영·정읍 등 몇몇 곳에 야생차가 난다. 다른 곳과 화엄사 야생차의 차이라면 대나무 아래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댓잎이 바람·눈 등으로부터 차나무를 보호해 주고 해충의 피해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원래 차나무는 벌레들이 싫어하기도 하지만 대나무 그늘 때문에 따뜻한 곳을 선호하는 벌레들이 꺼린다. 그래서 해충 피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대나무가 햇빛을 막으니 차나무가 오히려 영양분을 얻으려고 뿌리에 집중하는 것 같다. 양지에 있는 차나무들은 잘 자라는 반면 이곳 대나무 그늘에 있는 차나무 중에는 70년 전과 키가 똑같은 나무들이 있다. 차나무 뿌리는 잔뿌리 없이 하나의 굵은 뿌리가 땅 밑으로 깊게 내려가는데 이러한 성질이 사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래서 예로부터 스님들이 차를 마셨다."

-스님들은 중국 보이차보다 한국산 차를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

"보이차를 마셔본 스님들이 몸이 따뜻해지고 개운함을 느껴서다. 우리나라에도 보이차에 버금가는 좋은 차들이 많다. 보이차와 한국 차를 구분해서 어느 차가 더 줗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우리나라 차는 차성이 약하다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한국산 차 대부분이 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에서 딴 보이차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차나무로 만든 차를 마셔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차나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가.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차는 차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았는 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나다. 차나무도 생명이라 찻잎을 따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아 떫은맛을 낸다. 예전에 양지에 있는 차나무의 새순이 잘 나와서 더 따고 싶은 마음에 여러 번 찻잎을 땄다. 그러니까 점점 차맛이 떫어져서 처음 그 맛이 나지 않게 됐다. 이 일이 있은 후 곁가지를 자르고 다듬는 전지작업을 한 차나무는 떫은맛이 없어지기까지 7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항상 차나무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화엄사 주변의 차나무들은 대부분 오래된 차나무가 많아 좋은 기운들을 간직하고 있다."

-직접 만드시는 차 종류는.

"화엄사 인근 야생차를 원료로 삼아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만들어봤다. 덖음차·청차·발효차·백차·고차 등 크게 다섯 가지의 종류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나름대로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근본적으로 차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본 성질은 모두 동일하다. 차를 마시고 느끼는 부작용이라고 하면 떫은 차를 마셨을 때 나타나는 속쓰림 외에는 다른 부작용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만든 차 중에서는 맛과 향은 덖음차, 몸을 이롭게 하는 차의 성질과 기운은 청차·후발효차가 좋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차는 발효차라고 생각한다. 백차는 의도하지 않은 독특한 향이 나온다. 그래서 어느 차가 최고라고 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만든다."

-20년 가까이 차를 만드셨다. 목표가 있다면.

"차를 만드는 것은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차를 물처럼 편하게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꼭 제가 만든 차가 아니어도 좋다. 차를 만들어온 20년의 경험상 피를 맑게 하는 것에는 차 이상의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5000년 전에 중국의 신농씨가 차를 마셨던 이유는 몸이 해독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저도 제가 만든 야생차를 통해 몸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좋은 차를 물처럼 마시게 되면 그만큼 혈관 질환도 많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격식을 갖추고 차를 마셔야 한다는 인식은 차를 일상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차는 보리차처럼 끓여 드셔도 되고 텀블러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마셔도 된다. 편하게 접하시라. 누구든지 화엄사 구층암에 오시면 차를 대접하겠다. 야생차 맛을 보면서 차에 대한 생각도 함께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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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엄사 일대 야생차를 따서 마실 수 있는 차로 만들고 있는 덕제스님./제공=구층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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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층암 다실에서 자신이 만든 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덕제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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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제스님이 야생차로 만든 덖음차./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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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야생차가 대나무와 함께 자라는 대나무 군락지./제공=구층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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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야생차 찻잎./제공=구층암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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