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해리스든 트럼프든, 美 강경 조치에 동남아 기업 타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4u.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4010001525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1. 04. 16:50

TOPSHOT-US-VOTE-POLITICS <YONHAP NO-4530> (AFP)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의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사전 투표에 참가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가운데,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계속 이어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채널뉴스아시아(CNA)가 4일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들로는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가 꼽힌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전략인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의 가장 큰 수혜국들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 국가에 생산 거점을 추가하고, 사업을 이전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관세를 맞았을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시아산 제품으로 위장되는 이른바 '동남아 세탁'이다. 미국은 지난달 이들 4개 국가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전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이들 국가에 진출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동남아 세탁'에 대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가 결정한 국가별 관세율은 태국 23.06%, 캄보디아 8.25%, 말레이시아 9.13%, 베트남 2.85%다. 이들 국가에는 진코솔라·트리나솔라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이 설립한 공장들이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말레이시아의 태양광 부문은 침체에 빠졌다. 블룸버그도 지난 8월 말 중국 태양광 회사 중 최소 3곳이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크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수 년간 인텔·인피니언 등 선도적인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중국 기업들로부터도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징팡과기 등 중국 기업 3곳은 지난 4월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주에 총 1억 달러(1371억원)를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이 2025년까지 중국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는 등 움직임에 나서자 현지 업계에서는 "미국의 규제와 관세 부과가 시작됐고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규제로 반도체 부문이 곧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첨단 반도체 칩 수출 제한 등 미국의 규제가 확대된다면 데이터센터 산업 부문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수석 분석가인 침 리는 미국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동남아 국가들의 무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공급망이 '차이나 플러스 원'이 되면서 관세도 '차이나 플러스 원'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동남아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더 공격적이고 갑작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은 동남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더 갑작스럽고 가혹하게 인상할 수 있다"며 "미국이 동남아 정부들에게 관세 면제를 대가로 주요 안보·지정학적 문제에 미국과 더 긴밀히 협력할 것을 요구하면서 보다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돼 관세 인상에 대한 선거 공약을 이행할 경우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6개국이 영향을 받게 된다.

싱가포르의 컨설팅 회사인 APAC어드바이저의 수석 고문이자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교통부 부차관보를 지낸 스티븐 오쿤은 "미국은 중국이 국익을 해칠 수 있는 미국의 기술·상품·투자를 가지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해리스 행정부든 트럼프 행정부든 미국은 직접 또는 제3국을 통해 중국에 맞서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 파트너·동맹국들과 협력한다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은 양자 관계를 기본으로 해당 국가의 대미 무역 흑자·적자 여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컨대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처럼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더욱 강한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첫 8개월 동안 미국은 말레이시아에는 140억 달러(19조2304억원), 베트남에는 770억 달러(105조7364억원)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양국 간 상품 무역적자 수치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해리스 행정부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덜 대립적인 접근 방식으로 특정 산업에 대해 보다 타겟팅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방콕포스트는 "중국에 대한 더욱 대립적인 트럼프의 외교·무역 정책이 동남아 지역 전체의 지정학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 전체의 성장, 무역 흐름의 회복을 저해하는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