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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건희의 수성(守成) , 이재용의 수성(守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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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승인 : 2024. 11. 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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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비즈테크부 부장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大望)'은 한때 많은 국내 기업인들이 경영 필독서로 꼽았던 소설이다. 130년 일본 전국(戰國)시대의 혼란을 끝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다뤘다. 이에야스를 너무 미화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소설 속 이에야스는 불굴의 의지와 용인술, 전략가의 면모를 두루 갖춘 이상적 리더로 그려졌다. 마지막 전투가 끝난 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에야스의 차남 히데타다가 2대 쇼군(將軍)으로 내정된 뒤 독백처럼 내뱉는 장면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아버지는 막부 시대를 연 창업자다. 하지만 나에겐 아버지와 같은 창업의 역량은 없다. 나에게 주어진 업(業)은 수성이다."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동서양을 불문하고 모든 왕조의 공통된 고민은 이 두 가지였다. 왕조를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수백년을 이어갈 기틀을 다지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의 시대에도 창업과 수성은 난제 중의 난제다. 특히나 가업 또는 경영 승계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많은 창업자들이 기업을 아들딸에 물려주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한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드라마틱한 창업과 수성 스토리를 쓴 곳을 꼽자면 삼성일게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란 드라마 소재로 쓰일 정도다. 이병철이 '창업'한 삼성을 이건희는 완벽한 '수성'을 뛰어넘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올려놨다. 제2 창업이라 해도 무방한 성과다. 그 다음 '수성'의 과제를 이재용이 넘겨받았다. 그게 꼭 10년 전이다. 삼성의 외형은 이건희 시대보다 훨씬 커졌다.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5위다. 부침이 있지만 여전히 분기당 10조원가량 영업이익을 낸다. 그런데 다들 삼성의 위기를 말한다. HBM 실기(失機)에서 시작한 위기설은 이제 조직문화, 기술경쟁력, 의사결정시스템 등으로 마구 번지고 있다. 주가 부진이란 기름이 여기에 끼얹어졌다. '이러다 삼성 망하는 것 아냐' 하는 말이 나올 법하다.

삼성은 진짜 위기인가, 아니면 일시적 부진인가. 그 답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삼성 수뇌부와 이재용 회장이다. 그리고 '시간'이다. 위기인데 위기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고, 위기가 과장된 것이라면 다시 반등할 것이다.
위기설의 진위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건희 시대 삼성의 경쟁자는 소니, 애플 정도였다. 반도체의 적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재용 시대의 적수는 엔비디아, TSMC가 전부가 아니다. AI, 로봇, 우주 시대를 주름잡을 신흥기업들이 모두 삼성의 잠재적 경쟁자다. 이건희의 수성이 혁신·도전을 통한 제2 창업이었듯, 이제 이재용 만의 수성 전략을 내놔야 한다. 자동차(미래차), 로봇으로 과감한 시프트도 필요하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머스크와 경쟁하는 건 어떤가?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혔다고 주저하기엔 세상이, 그리고 산업환경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집 지키는 수준의 '수성'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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