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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 주저앉은 금융주… 외인, 밸류업 대장주까지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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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4. 12. 09. 19:28

4대 금융그룹 일주일새 최대 18%↓
외국인 3700억 순매도 하락 이끌어
시세차익 큰 KB금융 대규모 매도
투자자 이탈 막으려 서신 보내기도
밸류업 대표주자였던 국내 금융주들이 계엄령 여파로 연일 하락세다. 시장에선 밸류업 정책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과 대내외적 변수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KB금융지주는 금융 대장주로 연초 대비 주가가 최대 60% 가까이 올랐던 만큼 시세차익을 이유로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에 금융주 하락세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각 금융지주들은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지주들은 해외 투자자들에 국내 상황을 직접 설명하면서 밸류업 이행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오전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서한을 발송해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서한에서 KB금융은 국내 계엄 선포 및 해제 여파에 따른 상황을 전달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KB금융이 이처럼 해외 투자자들에 서한을 보내게 된 데에는 계엄 여파로 금융주 중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밸류업 지수 편입에 성공했던 신한금융, 우리금융과 달리 KB금융과 하나금융은 향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4대 금융주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했던 곳들이다. 계엄 선포 전후로 비교해 보면 KB금융이 10만1200원(3일 기준)에서 8만2800원으로 주가가 18.18% 하락했고, 하나금융이 6만6000원에서 5만7200원으로 13.33% 주가가 떨어졌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10.11%, 10.99%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3일 계엄 선포 이전까지 이들 금융주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진 데다가 올 한 해 사상 최대 실적 예상이 더해지면서다. 실제 올 3분기 기준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조2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이 중 누적 이자이익은 31조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대비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과 함께 원화대출금이 증가하면서 이자이익과 순이익이 덩달아 오른 까닭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계엄령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엄 선포 이후 하루 만에 시중은행에서 1조원이 넘는 달러·엔화 예금이 이탈하면서 외화 자금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는데,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되면서 원화 가치는 더욱 급락한 상황이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비상 계엄 선포 이후 6시간 만에 해제됐으나 대내외적 변수가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밸류업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금융주를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엄 선포 이후 외인들은 지난 한 주 동안 은행주를 약 37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중 KB금융에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되면서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은행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해 오다, 이번 계엄 여파로 밸류업 정책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어서다. 여기에 이미 연초 대비 금융주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연초 대비 금융주 주가가 50% 넘게 올랐던 만큼, 차익 실현에 나선 외인들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분간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외인들의 자금 이탈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금융주 4곳(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연초 대비 평균 34% 상승했다.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한 KB금융은 올 초 5만3600원(1월 2일 기준)에서 8만2800원으로 54.58% 올랐다. 계엄 선포 직전인 3일 KB금융은 주가는 10만1200원까지 올랐던 바 있다. 이어 하나금융이 이날 5만72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올 초(4만2800원) 대비 33.64% 주가가 올랐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같은 기간 28.84%, 19.24%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다시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은행주 하락은 다소 과민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은행주 수급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여전히 정책 신뢰도에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며 "외국인 순매도가 멎어야 은행주 주가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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