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변! 계엄으로 中 한국에 대한 인식 대호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4u.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12010007312

글자크기

닫기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4. 12. 12. 14:21

中의 반한 감정은 韓의 혐중과 비례
최근 계엄 뉴스로 감정 호전 이변 발생
의연한 계엄 대응에 깊은 감동 받은 듯
clip20241212141820
3일 계엄 선포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안귀령 대변인이 계엄군에게 항의하는 장면. 중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는 장면이다. "미녀가 맨손으로 총부리를 잡았다"는 설명을 달고 있다./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벌써 10일째 접어드는 한국의 비상계엄 관련 정국이 엉뚱하게도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중국인들의 대한(對韓) 인식을 상당 수준 호전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 못한 전화위복의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한 중국 거의 모든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3일 갑작스럽게 선포된 비상계엄은 한국 같은 선진 민주국가들에서는 도저히 일어나서는 절대 안되는 비상식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계엄 선포 사실이 확인되기 무섭게 중국 매체들이 긴급 보도를 통해 "한국이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물씬 풍긴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었다.

중국인 개개인들은 더 시니컬했다고 해도 좋았다. 심지어 누리꾼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국이 무슨 민주국가인가? 그동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사이비 민주국가 한국의 감춰진 민낯이 드러났다"는 등의 조롱조 글들이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한국의 혐중 감정 못지 않게 위험 수위인 반한 감정이 마치 때를 만난 것처럼 그대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었다. 재중 교민들이 고개를 들고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급작스럽게 달라졌다.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국회에서 계엄이 질서정연하게 해제됐을 뿐 아니라 이후의 대통령 탄핵 요구 시위 정국이 상상 외로 멋있게 흘러간 탓이었다. 중국인들이 서서히 감탄하기 시작한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특히 MZ 세대들이 이끄는 듯한 분위기인 시위 현장의 문화는 중국의 동년배들에게 깊은 감동까지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직장인 뤼샤오밍(呂曉明) 씨가 "지금은 계엄 해제 직후의 엄중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위 현장의 젊은이들은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응원봉을 든다거나 '아파트' 같은 K-팝을 부르는 것은 정말 부러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마치 축제 같은 한국의 시위 문화에 부러움 표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매체들의 시각 역시 이제는 뤼 씨 같은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판을 자제하면서 상당히 감동적일 만한 계엄 발동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경쟁적으로 전하고 있다. 예컨대 계엄군으로 출동한 장교 아들에게 아버지가 "절대로 국민을 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발포는 절대 하면 안 된다"면서 유혈 사태에 휘말리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한 당부를 우선 꼽을 수 있다.

707특임단 출신의 배우 이관희 씨가 국회에 출동한 후배들에게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 아니라고 설득하는 장면 역시 거론할 수 있다. 이외에 더불어민주당의 안귀령 대변인이 총부리를 겨누는 병사에게 대항하는 모습, 계엄 해제로 국회 현장에서 철수하게 된 한 병사가 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연신 허리 굽힌 채 사과하는 장면 등 역시 중국 매체들이 주목한 감동의 순간이 아니었나 보인다.

계엄 정국은 분명 한국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해야 한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대대적으로 호전시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정말 불후의 진리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