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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 ‘안정’ 택한 대형 증권사… CEO 연임 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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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4. 12. 16. 17:55

KB證, 당기순익 전년대비 51.4% 증가
하나證 강성묵 대표, 흑자전환 이끌어
미래에셋·한국투자, 연임 가능성 높아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1년 더 회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내년 초 임기만료를 앞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역시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리스크 관리 등 쇄신 목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교체됐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각 대표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건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들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임기 만료를 앞둔 CEO 대부분이 수장을 맡은 지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대형 IB 인가 등 사업 지속성을 이어가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변화와 쇄신보단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선 추가적인 금리인하로 부동산 등 시장 전반에 대한 회복 기대가 존재하는 만큼, 안정화된 체제하에 수익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각 그룹으로부터 연임 추천을 받았다. 추후 이사회를 통해 연임이 확정될 경우, 각 대표는 내년 말까지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다.
세 대표가 연임 추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회사를 호실적으로 이끈 영향이 크다. 먼저 KB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54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1.4% 증가했다. 김성현 대표가 맡고 있는 상품운용 부문에서 60% 이상 성장하면서 전체 순이익을 떠받쳤다. IB 부문에서도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 딜 부재에도 ECM·DCM 등 전통IB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수익 감소를 방어했다. 실제 회사는 채권발행·유상증자 주관 등에서 3분기 누적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이홍구 대표가 책임지고 있는 WM 부문에서도 순이익이 16.8% 증가했다. 채권·펀드 등 금융상품자산이 10조6000억원 가까이 늘면서 실적 제고에 기여했다. 특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으로 세제혜택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추가적인 고액자산가들 유입도 예상된다. 내년에도 WM 사업에 지속해서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 대표가 임기 중 '채권 돌려막기'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았음에도, 대표직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역시 올해 회사를 흑자전환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으로 지난해 2889억원 손실을 냈지만,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833억원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나아가 강 대표는 지난해 취임식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균형 성장을 강조했는데, 하나증권은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 신청서를 냈다. 초대형 IB 진입이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그룹에서 강 대표를 통해 해당 사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곧 임기가 끝나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도 회사의 큰 성장을 견인한 만큼, 대표들이 추진해 온 사업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선보이고 있는데,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금리인하 등으로 내년 시장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므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호실적을 이끈 대표들의 연임 가능성은 클 것으로 판단했다. 또 지난해 대표들이 대거 교체됐기에, 새로 선임된 대표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연속성을 불어 넣기 위해서라도 연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 연임 혹은 교체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은 회사의 실적"이라며 "또 내년 추가적인 금리인하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부동산 등 자본시장 전반의 회복 기대도 함께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호실적을 기록한 대표들은 회사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임된 대표들이 1~2년 만에 교체되는 건 드문 사례다"라며 "대표가 바뀌면서 사업 방향과 전략도 바뀌기 때문에 사업의 지속성을 더하는 이유에서라도 연임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편 자기자본 10위권 내 증권사 중에서는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유일하게 연임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지난 3분기 발생했던 회사의 1300억원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자진 사임했다. 물러난 자리에는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자산관리부문 대표)이 후임으로 추천됐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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