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시리아 집단 매립지에 학살희생자 10만명 묻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4u.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18010010571

글자크기

닫기

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12. 18. 13:53

국제 전범수사관 "나치 외 이런 학살 본 적 없어"
아사드 정권 국가 테러…15만7000명 실종 보고
국제실종위원회 "집단 매장지 최소 66곳 있다"
Syria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이 17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 남쪽의 나자에서 아사드 정권 하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집단 매장지로 확인된 장소를 관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로 망명한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서 국가가 주도한 '죽음의 기계'가 2013년 이후 10만 명 이상을 고문·학살했다고 국제 전범 수사관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전 미국 전범대사인 스티븐 랩은 다마스쿠스 인근 쿠타이파와 나자 2곳의 집단 매장지를 방문한 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시스템에 의해 실종되고 고문당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치 이래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비밀경찰이 거리와 가정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 가고, 교도관과 심문관들은 이들을 굶기고 고문해 죽였으며, 트럭과 불도저 운전사들은 시신을 은폐했다"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살육 시스템'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국가적 테러 시스템이며, 결국 '죽음의 기계'로 변질됐다"고 강조했다.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의 영향을 받아 시리아 시민들도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지만, 2013년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아사드는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무차별적인 발포, 구금, 고문, 학살로 민간인 수십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정부 시위는 점차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 충돌로 번지며 내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러시아, 이란, 미국, 터키 등이 뛰어들면서 국제 분쟁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모스크바로 도피한 아사드는 인권 유린 혐의를 거듭 부인하면서 반대 세력을 극단주의자라고 공격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실종위원회(ICMP)는 시리아 내 확인되지 않은 집단 매장지가 최대 66곳에 이른다며 위원회에 보고된 실종자는 15만7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캐서린 봄버거 ICMP 위원장은 실종자 신고를 받기 위해 개설한 포털에 실종신고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봄버거 위원장은 DNA 검사를 위해선 최소 3명의 가족 구성원이 DNA 샘플을 제공해야 하며, 매장지에서 발견된 유골마다 DNA 샘플을 채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타이파와 나자 집단 매장지에 수용소에서 희생된 시신을 냉장 트럭에 실어와 불도저로 판 긴 도랑에 투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해당 장소에서 대규모 굴착이 시작됐으며 2022년까지 계속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맥사가 이 기간에 촬영한 다수의 위성 이미지에는 굴착기와 대형 도랑, 그리고 3,4대의 대형 트럭이 현장에서 포착됐다.

시리아 집단 매장지에 대한 세부 정보는 2021년과 2023년에 독일 법정 심리와 미국 의회 증언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독일에서 열린 시리아 정부 관계자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 남성은 '무덤 파는 사람'으로만 알려졌으며, 나자와 쿠타이파 매장지 작업에 대해 여러 차례 증언했다.

그는 의회에 제출한 서면 진술에서 "매주 2,3번씩 대형 트레일러 트럭이 도착했으며, 다마스쿠스 주변 군 병원과 정보기관에서 온 고문, 굶주림, 처형의 희생자들 약 300~600명의 시신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 옹호 단체의 수장도 이날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집단 매장지에 아사드 정부에 의해 살해된 최소 10만 명의 시신이 묻혀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무아즈 무스타파 시리아 긴급대책위원회대표는 쿠타이파에 그가 수년간 확인한 5개의 집단 매장지 중 하나가 있다며 "10만이라는 숫자는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공군 정보부가 "군 병원에서 고문으로 사망한 시신을 수집해 정보부로 보내고, 이후 집단 매장지로 운송하는 작업을 총괄했다"고 주장했다.
최효극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