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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희망직업 ‘교사’, 현실은 10명 중 6명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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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지숙 기자

승인 : 2024. 12. 19. 12:32

5년 이하 저연차 MZ교사 59.1% "교직 이탈 의향"
낮은 임금, 학부모 민원 등 스트레스 극심
교직 적응 프로그램 및 임금 등 처우 개선 불가피
교직이탈
KEDI 브리프 '위기의 교사들(Teachers at Risk): 한국 초등교사의 교직이탈 의향 분석'/KEDI
# "여성 직업으로 '교사'만한 게 없어서 딸에게 교사를 권했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고위공무원 A씨는 모범생인 딸이 교대를 나와 초등교사가 바로 돼 기뻤지만, 2년 만에 딸이 '번아웃'을 맞자 이같이 후회했다. 아이들을 좋아해 초등교사된 B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방해를 해도 친구들과 다퉈도 제대로 제지할 수 없고, 오히려 자기 아이만 나무랐다며 항의하는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어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토로했다.

5년 이하 저연차 MZ교사 10명 중 6명이 이처럼 '교단을 떠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생들의 희망직업은 여전히 '교사'이지만, 교사의 현실이 점점 녹록치 않아지고 있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최근 공개한 KEDI브리프 '위기의 교사들(Teachers at Risk): 한국 초등교사의 교직이탈 의향 분석'에서 교직 경력이 5년 미만인 저연차 교사 중 교직 이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지난해 59.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만 해도 39.73%에 머물렀다가 2022년 48.6%로 치솟은 데 이어 지난해에 10.5%p 급증했다. 이번 연구는 2021~2023년 초등교사 78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초등교원종단연구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연차가 10~15년인 교사들 상황도 비슷하다. 교직을 떠나겠다고 답한 비중은 2021년 34.5%에서 지난해 44.4%로 늘었다.
조사 대상 전체 교사 중 '정년까지 재직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도 2021년 37.5%에서 지난해 53.1%로 급증했다. 지난해 '정년을 채울 의향이 없다'는 응답 비중은 여교사 58.5%, 남교사 40.6%로 여교사 쪽이 더 높았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추락 목소리가 커지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고충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가 지난 2022년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연간 약 2200건 이상 발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심의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특히 임금 등 처우도 낮아지면서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9월 발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2024 주요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공립학교 초임 교사의 법정 급여는 3만 6639달러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15년 차 교사와 최고호봉 교사의 법정 급여는 각각 6만 4699달러, 10만 3014달러로 OECD 평균보다 높게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실수령액이 이보다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총은 "2024년 초등 신규 교사(초등)급여명세서를 입수 분석한 결과 저연차(초등교사 9호봉·비담임 기준) 교사의 실수령액은 월 230만9160원에 그친다"며 "지난해 10년 차 미만 교사 퇴직자 수 576명이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낮은 보수와 무관치 않다"지적했다.

초등학교 미래교실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와 '2024년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미래교실관에서 수업하고 있다. 미래교실관에서는 3차원 가상 영상 AI를 활용해 학생의 감정을 진단하고 AI 로봇과의 일대일 대화로 과제 해결을 돕는 미래형 수업이 펼쳐졌다./연합
◇ 저연차 MZ교사 지난해 589명 전년 보다 1.94배 급증
이에 실제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년퇴직이 아닌 명예퇴직 교원 수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5년 사이에 연간 약 6000 명이 명예퇴직 했다. 근속 연수 5년 미만 저연차 교사들의 명예퇴직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교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퇴직한 근속 연수 5년 미만의 저연차 교사는 589명으로 전년 303명에 비해 약 1.94배가 늘어났다. 이 중 초등학교 교사 311명, 중학교 176명, 고등학교 102명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수가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저연차 교사들의 교직 이탈 의향에 정서적 소진과 교수지도 스트레스, 상담 스트레스 등이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현재 많은 교사들이 무력감과 소외감,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교사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소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신규 교사를 포함한 저경력 교사들이 첫 수업을 하는 순간부터 홀로 학생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오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저경력 교사가 학교와 교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저임금 등 처우개선을 위해 수평적 직급체계 등을 강조했다.

교원단체는 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교원 보수(기본급)를 최소 10% 인상과 수당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담임 수당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지만, 이를 한 달 출근 일수(22일)로 계산하면 하루 약 9090원 정도에 불과해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기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조사한 '2024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은 지난해 서이초 사태로 교권 침해 문제가 대두됐음에도 여전히 '교사'를 희망 직업 1위롤 꼽았다. '교사'는 해당 조사가 국가 승인통계가 된 2015년 이래 줄곧 중·고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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