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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이재용 운명 가를 2심 선고…삼성 ‘경영시계’ 다시 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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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5. 01. 30. 15:56

최지현
명절 연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해외 현장 경영 기간입니다. 통상 기업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틈을 활용해 전국 사업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는 기간이죠. 이 회장이 10년째 매진하고 있던 '초격차(超格差)' 전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해외 출장길에 나섰던 예년과 달리 국내에 머물며 조용한 설 연휴를 보냈습니다. 당장의 현장 경영보다 더 중요한 변곡점이 당장 다음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2월 3일 오후 2시. 이 회장의 경영 족쇄인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2심 결론이 납니다. 지난해 2월 5일 1심 무죄 선고 이후 1년 만에 나오는 항소심 결론입니다.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는다면 그간 묶여왔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죄 판결로 상황이 뒤집힌다면 삼성 경영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선고가 삼성의 향배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라고 봐도 무방한 셈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이 회장 역시 10년째 쉬지 않고 매진했던 현장 경영을 올해는 벗어 던진 채 재판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외 모두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설 연휴 미국 현지 이동통신사 경영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이후 매년 해외 현장 점검에 나서왔습니다. 지난해 설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았고 추석에는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 폐막식·폴란드 공장 등을 찾아 현장에 들러 경영 현안을 챙겼습니다. 해외 출장에 나서지 못한 해에는 서초구 삼성리서치 등 국내 현장이라도 들렀습니다.

삼성의 행보는 무거운 경영 족쇄 속에서도 완벽하게 소화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각종 제약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제품 경쟁력 제고부터 세일즈까지 반드시 오너가 직접 발로 뛰어 챙겨야 할 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현지 인사들과의 만남은 커녕매주 2회씩 재판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이번까지 이 회장의 재판 출석은 100번째에 달합니다. 공격 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지난해 취임 2주년에도 첫 공식 일정을 재판 출석으로 허비했으니 말 다했습니다.

다음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풀리게 된다면 올해 삼성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 등 공격 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립니다. 현재 삼성의 상황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위원장조차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가 간 정책 차별 등 삼성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판을 치는 가운데 삼성의 최대 복병은 사법리스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회장 선고 향방은 삼성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변곡점이 될 정도의 중차대한 현안이라는 게 재계 시각입니다. 요 몇 년간 반도체 경쟁력 등 악재가 지속되면서 삼성의 시총 규모는 지난해 말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습니다. 그래도 국내 대기업그룹 1위 자리는 자타공인 삼성으로, 삼성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책임은 여전히 막중합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다툼이 나날이 거세지는 만큼 국가 경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무죄 판결이 절실해지는 지금입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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