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발전 힘입어 액션 완성도 '↑'…청불답게 잔인해져 부실한 심리 묘사탓에 '사부곡' '사모곡'으로 급히 끝나
글래디에이터2
0
할리우드 액션 사극 '글래디에이터 Ⅱ'가 13일 개봉한다. 사진은 주인공 '루시우스'(폴 메스칼·왼쪽)가 로마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아카시우스' 장군(페드로 파스칼)과 일전을 벌이는 극중 장면./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살고 있는 '하노'(폴 메스칼)는 '아카시우스' 장군(페드로 파스칼)이 이끄는 로마군의 침공으로 나라와 아내를 모두 잃고 노예가 된다. 포악하지만 무능한 성품의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리칼라'(프레드 헤킨저)의 폭정으로 신음하는 로마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에 의해 검투사로 변신한 '하노'는 타고난 지략과 전투 능력을 발휘해 영웅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20년전 왕실의 음모로 숨진 민중의 영웅이자 최고의 검투사였던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아들 '루시우스'란 사실을 알게 된다.
전편의 개봉 시점이 오래 전일수록 속편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전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려다 보면 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속편만의 차별화되는 지점을 추구하다가는 전편의 이름값만 빌려오려 했다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13일 개봉하는 '글래디에이터 Ⅱ'는 24년만에 돌아온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이다. 속편 제작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던 '탑건: 매버릭'과 사정이 엇비슷한데, 물론 다른 점도 있다.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계속 나섰으나 연출자는 바뀐 '탑건'과 달리, '글래디에이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1·2편 모두 지휘봉을 잡았지만 타이틀롤은 러셀 크로에서 새내기 폴 메스칼로 넘어갔다.
흥미롭게도 '탑건' 1편의 연출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인 고(故) 토니 스콧 감독으로, '글래디에이터 Ⅱ'가 할리우드 액션 사극의 교범으로 꼽히는 전편의 명성을 재현하면서 '…매버릭'처럼 '속편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모범 사례를 제시할지 관심거리다.
글래디에이터2
0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덴젤 워싱턴은 '글래디에이터 Ⅱ'에서 속내를 알 수없는 '마크리누스' 역을 맡아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액션의 규모와 강도는 전편보다 훨씬 커지고 높아졌다. 도입부 로마군과 나미비아의 공성전을 시작으로 콜로세움에서 펼쳐지는 검투사들의 싸움을 거쳐 결말부 주요 등장인물들의 일대일 대결까지, 숨 돌릴 새없이 계속되는 액션 시퀀스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컴퓨터 그래픽(CG)의 발전에 힘입어 맹수가 등장하는 액션 장면의 완성도 역시 전편에 비해 월등히 올라갔고, 이 과정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신체 훼손도 난무한다.
문제는 주인공 '하노' 즉 '루시우스'가 개인적 복수심에 불타는 검투사에서 로마를 바로세울 구세주로 나서게 되는 심리 변화 과정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탓에 줄거리 전개를 둘러싼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뜬금없는 '사부곡'과 '사모곡'으로 급하게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또 '루시우스' 역의 폴 메스칼이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극중 돌아가신 아버지 러셀 크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쉽다. 이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나면 '덴젤 워싱턴이 주연 아니야?'란 질문이 들 정도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는 액션 영화에 목말라하는 남성 관객들에게는 환영받겠지만, 전편의 감성을 기대하는 여성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