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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권한 넘겨 받은 한 총리, 여야 대치 속 ‘고심’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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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4. 12. 16. 15:59

한 총리, '양곡관리법' 등 재의요구권 행사 관측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입장도 조만간 정해질 듯
이재명 "현상유지와 관리가 주 업무" 압박 공세
과거 고건 대행, 거부권 행사 2건 전례 참고할듯
[포토]대국민담화를 하는 한덕수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간 한 총리는 여당과 호흡을 맞춰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해왔지만 이젠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야권과의 직접 충돌도 불가피해졌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총리는 당장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농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농업재해대책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열리는 국무회의 안건에 올라가는 이 법안들은 모두 여당이 극히 반대하고 있는 쟁점 법안이다. 이에 한 총리는 다시 이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안건들은 해당 부처에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 총리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 의결 법률안이 접수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이뤄져야 한다. 이 법안들은 지난 6일 해당 부처에 통지됐기 때문에 21일까지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일단 야권에선 한 총리의 적극적인 거부권 행사에 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뤄진 한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거부권 행사는 여야간 정책적이고 정치적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한 쪽을 거부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단 말씀을 함께 드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한 총리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극히 경계하며 압박하는 모습이다. 권한대행에 대해 "현상유지와 관리가 주 업무", "현상 변경이나 새로운 질서 형성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한 총리의 거부권 행사가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압박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야권 인사들은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또 다시 탄핵론을 꺼내들고 있다. 한 총리에 대해 탄핵을 시도하지 않겠다며 급격한 정국의 혼란을 막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태도를 다시 뒤바꾸는 결정인데,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여야는 탄핵가결 이후 다시 강하게 맞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처리 법안들에 대한 한 총리의 거부권 행사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일방 폭주로 처리된 법안들인 만큼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총리도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깊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 총리로선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권의 탄핵 압박이, 거부권 미이행시 여당의 극한 반발도 부담 요소다.

과거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한 총리에게 참고 사항이 될 순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법안 2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런 전례를 바탕으로 한 총리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야권의 공격고리 핵심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12.3 내란 특검법'에 대한 한 총리의 공식 입장도 곧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 여야가 극한 대립을 취하고 있는 쟁점으로 한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정국은 다시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권한대행으로 첫 평일 업무를 시작한 한 총리는 이날부터 대통령실 업무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실 박춘섭 경제수석과 신중법 경제금융비서관에게 경제분야 업무 보고를 받았다. 한 총리는 이번 주에 사회, 과학기술, 저출산 등 다른 수석실에게도 업무 보고를 차례로 받을 예정이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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