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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나라현, 지역 전통행사 대신 K-팝 콘서트 기획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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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도쿄 통신원

승인 : 2024. 12. 18. 18:02

일본_나라현_케이팝축제
일본 나라현의 야마시타 마코토 지사가 지난 17일 나라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 전통행사 대신 무료 K-팝 콘서트를 개최키로 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TV아사히(ANN) 뉴스화면 캡쳐
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개최해오던 지역 전통행사를 폐지하고 K-팝 축제를 기획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산케이신문, TV아사히 등 일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나라(奈良)현은 내년 10월 나라공원을 무대로 대규모 무료 K-팝 콘서트를 개최키로 했다며 이를 위해 2억7000만엔(약 25억27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야마시타 마코도 나라현 지사는 "나라현을 상징할 수 있는 장소에서 주민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나라현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논란이 된 것은 K-팝 콘서트 기획을 주도한 야마시타 지사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각종 지역 공공사업을 중단시켰고, 그 과정에서 지역 전통축제까지 폐지했다는 점이다.
산케이 등에 따르면 야마시타 지사는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현립대학 신설 계획을 중단시키는 등 각종 현안 사업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논란을 일으켜왔다. 특히 1300여년 동안 이어져 온 나라현의 전통축제인 '게이덴히라사이' 역시 예산을 없애 올해 5월 개최된 게 마지막 축제가 됐다. 이 축제는 주민들이 나라시대의 전통 의상을 입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온 터라 많은 아쉬움을 샀다.

나라현의 무료 K-팝 콘서트 개최 방침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찬반 여론이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반대 측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통축제 등 공공사업을 폐지했음에도 나라현을 유명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K-팝 콘서트를 선택했다는 데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나라현 다운 것을 보여준다며 선택한 게 고작 K-팝이냐" "예산이 없다고 전통행사까지 없애놓고 K-팝 축제를 위해 혈세 2억7000만엔을 쓴다면 나라현 주민들이 이해할 것 같냐"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찬성 측은 전통행사가 나라현을 알리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나라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인지도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통축제에 참여했거나 (행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주민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며 "차라리 무료 K-팝 행사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더 유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찬성 측은 "나라현의 K-팝 콘서트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개최되는 것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며 "한일우호친선, 경제효과, 나라현의 자체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정부로서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모멘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야마시타 지사는 반대측이 주장하는 예산 논란과 관련해 "이미 16일 (지역의회) 본회의에서 2억7000만엔을 포함한 보정 예산안이 가결됐다"며 "저도 처음에는 예산 규모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들어가는 비용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기대하는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정은혜 도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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