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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BO 전문위원회의 ‘보직 몰아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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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19. 03. 27. 13:34

정재호 사진 얼굴
지난달 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정하고 원활한 리그 운영을 담당한다는 명목 하에 2019년 전문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내용은 이렇다. 경기운영위원회는 김용희 위원이 신임 위원장으로 위촉됐고 김시진, 한대화, 임채섭 위원과 함께 김용달 전 KBO 육성위원이 신임 경기운영위원으로 합류했다. 규칙위원회는 유남호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희 KBO 경기운영위원장,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 박휘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심판팀장(신임)이 참여한다. 상벌위원회는 최원현 법무법인 KCL 대표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전용배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김용희 KBO 경기운영위원장, 민경삼 KBO 자문위원이 신임 상벌위원으로 임명됐다.

주목할 점은 위원회마다 중복되는 몇몇 이름이다. 김용희 전 SK 감독은 경기운영위원장을 비롯해 규칙위원과 상벌위원을 맡게 됐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은 중책으로 꼽히는 국가대표 전임감독을 뽑는 기술위원장이다. 여기에 경기운영위원으로 유임됐다. 기존의 한국야구미래협의회(미래협) 위원까지 합치면 감투가 3개다. 이런 특징은 KBO 조직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사무총장이 KBO의 자회사인 KBOP 대표를 겸임한다.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신설된 운영본부장을 맡았다. KBOP 이사 역시 신설된 KBO 경영본부장을 겸직한다.

몇 명에게 집중되는 이른바 ‘보직 몰아주기’ 논란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한 야구인은 “오랫동안 야구계를 좌지우지해온 특정 세력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들만의 ‘이너 써클’에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복으로 인한 전문위원회 업무의 원활성을 따져 묻거나 특정인의 능력을 의심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겹치기 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위원회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두루 참여해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야구계에는 곳곳에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많음에도 KBO는 역할과 권한을 몰았다. 쓸 만한 인재가 없어서라고 한다면 37년 프로야구 역사를 ‘무시’하는 일이고 인재 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무능’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문가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뜻한다. 스페셜리스트와 중복 업무는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 등식이다. “전문위원회라는 것이 원래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낫고,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낫지 않겠는가”라는 한 야구계 원로의 충고는 KBO 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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