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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헝가리 총리와 회담…20개월만 EU정상과 첫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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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3. 10. 18. 15:15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 논의
AP "EU 내 분열 징후…푸틴에겐 호재"
China Belt and Road <YONHAP NO-4339> (AP)
1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반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EU(유럽연합)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와 대립할 생각이 없다"며 협력 확대를 시사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EU 등 서방의 반발이 예상된다.

AP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오르반 총리는 이날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이틀간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인사로 분류되는 오르반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를 직접 찾으며 재차 우호적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한 EU 지도자는 오르반 총리가 처음이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절대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싶지 않으며, 협력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의 대러 제재로 헝가리와 러시아의 관계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도 "현재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일부 국가들과의 관계 유지가 어려워졌지만, 헝가리를 비롯한 일부 (우호적인)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만족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번 러시아·헝가리 정상의 만남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EU 내 분열 징후로 해석될 수 있어 푸틴 대통령에겐 호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와 가스, 석유, 원자력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전쟁 이후 러시아와 거래를 축소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는 자국 경제를 위해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스아톰이 담당하는 헝가리 팍스 원전 확장 공사 계획을 언급하며 "우리는 양자간 접촉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공사를 위해 헝가리는 러시아로부터 100억 유로(약 14조 2800억원)의 차관을 제공 받기로 했다.

헝가리와 러시아의 밀착 행보에 나토, EU, 우크라이나의 반발이 예상된다. 헝가리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반대하고 있으며, EU가 추진하는 대러 제제에도 번번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헝가리는 EU의 5억 유로 규모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패키지에 반대하고 헝가리-우크라이나 국경을 통한 무기 공급을 거부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앞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 주석,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파키스탄 과도정부 총리와도 회담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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