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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지독한 ‘내란’ 프레임, 민심에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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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1. 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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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 원칙'이라고 하는 아주 확실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직후 한 말이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생겼는데, 재판 때문에 출마가 가능하겠느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다. 무죄추정 원칙은 재판받는 피고인 또는 수사받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으로,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됐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 이재명'은 대법원 확정판결 전엔 당연히 출마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원칙을 들었다. 그럼 '피의자 윤석열'은? 무죄추정 원칙도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가. 더구나 한쪽은 직무가 정지돼 있으나 현직 대통령 아닌가.

이 대표와 민주당은 12·3 계엄령 사태 직후부터 '내란 수괴 윤석열' 프레임을 설치했다. 형법엔 '내란 우두머리'란 용어가 있을 뿐 내란 수괴는 없다. 수괴(首魁)는 사전에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로 돼 있는데 그만큼 자극적 단어이므로 갖다 붙였다. 지독한 프레임 설치다. 좌파 진영에선 현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만 나오면 내란 수괴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몰아세운다.

내란죄는 수사당국이 건 '혐의'이지 아직 기소도 되지 않았는데, 유죄를 추정해 함부로 말한다. 그러면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이름 앞에 '뇌물 공여자' 혹은 '뇌물 수수자'란 호칭을 붙여도 되는가. 이 대표가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대북 송금 사건은 북한 방문을 위해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조선노동당에 뇌물을 주도록 했다는 혐의다.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이스타항공 회장에게 중진공 이사장 자리를 주고 그 대가로 사위를 특혜 취업시켜 뇌물성 급여를 받도록 했다는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고분고분 말 듣지 않는 여권 인사들은 모조리 '내란 동조 세력'이라며 몰아붙였다. 실제로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 총리 탄핵안을 의결해 직무 정지시켰고,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위협 중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대표의 재판 지연 등을 지적하면 내란 동조 세력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를 비판하는 언론은 무조건 '내란 선동' '내란 선전'이라며 고발장을 남발한다. 가왕 나훈아가 고별 공연 무대에서 '왼쪽이 오른쪽 보고 잘못됐다고 생난리다. 니는 잘했나'라고 일갈하자 내란에 동조하는 거냐고 비난한다.

재판받는 '피고인 이재명'이 수사받는 '피의자 윤석열'의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하는 이유는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켰다고 자꾸 얘기하면서 지지층의 적개심과 분노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들이 사법위기에 처한 이 대표를 결사옹위 할 세력이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콘크리트 지지층이 되므로 공동의 적을 만들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을 겨냥한 내란죄 딱지 붙이기도 유효했다고 자평한다. 초기에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돼서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압도적이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내란 프레임은 보수 우파를 분열시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12·12 대국민담화가 나오자마자 '내란 자백'이라고 빛의 속도로 규정한 건 민주당이 친 프레임에 갇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무죄추정의 원칙 무시는 당사자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단계로까지 갔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윤석열은 내란죄로 사형당할 것"이라며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냈다. 안규백 '내란 행위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도피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사실이라면 잡범도 이런 잡범이 없을 것"이라고 인격을 짓밟았다.

마치 점령군이 된 듯한 이 대표와 민주당, 그리고 좌파 성향 매체, 유튜버, 평론가들의 내란죄 프레임 설치 연합은 초기에 재미를 좀 봤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고 최종 목적이 조기 대선을 통한 이 대표의 범죄 혐의 셀프 구제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는 중이다. 민심에 의해 내란죄 프레임이 깨지고 있음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6%로 나왔는데, 이는 일주일 전 같은 조사보다 6%포인트가 오른 수치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국민의힘(42%)이 민주당(35%)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다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 여론이 지지하지 않는 여론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임박했다는 결과가 여럿 있다. 다만 탄핵안의 헌재 인용에 대한 찬반 여론은 아직 찬성이 우세한 걸로 나온다.

그러나 사태 초기에 비하면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민심이 내란죄 프레임의 실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결과다. 내란죄 프레임이 깨지면 이 대표의 재판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잠깐 주춤했던 이 대표의 위기가 다시 시작됐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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