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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인권단체 반발에도 공개 태형 집행한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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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2. 29. 15:03

MALAYSIA-CRIME/ISLAM <YONHAP NO-2661> (REUTERS)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트렝가누주에서 이슬람 범죄인 '칼왓'(미혼 부부 간 밀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42세 남성이 모스크에서 집행되는 공개 태형을 위해 호송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트렝가누주(州)가 법조계와 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개 태형을 집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트렝가누주는 지난 27일 이슬람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칼왓 혐의로 42세 남성에 대해 공개 태형을 집행했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서 집행된 이번 공개 태형에는 당국자들과 언론 관계자 등 약 90명이 참석해 집행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트렝가누주가 지난 2022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형사법을 개정한 이후 반복적으로 칼왓을 저질러 처음으로 태형을 당한 첫 사례다. 칼왓은 직계 가족이 아닌 이성과 사적인 공간에서 과도하게 근접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인 부부 관계가 아닌 남녀가 성행위 등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이 남성이 칼왓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 번이 세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렝가누주 샤리아 고등법원은 지난달 이 남성에게 6대의 채찍질(태형)과 4000링깃(약 115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곧바로 국내외 인권단체의 거센 비판을 샀다.
태형 집행에 앞서 말레이시아 변호사협회는 "태형은 본질적으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처벌"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여성 인권 단체인 이슬람 자매회(SIS)도 태형이 선고된 지난달 종교 당국에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의 한 형태로 공개 태형을 집행하는 것을 정당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저명한 은퇴 공직자들의 단체인 G25도 지난 22일 공개태형이 "연방법과 샤리아법을 모두 위반하는 것"이라며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해당 문제에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태형을 받게 될 남성의 다섯 자녀들이 아버지가 공개적으로 태형을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서적으로 큰 상처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거센 비판에도 트렝가누주는 결국 공개 태형을 집행했다. 트렝가누주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지역으로 꼽힌다. 트렝가누주 집권당이자 이슬람정당인 이슬람말레이시당(PAS)은 이슬람 법이 민법과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개 태형 집행을 옹호했다. 당국은 이번 처형이 "잔인하려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을 예방하기 위한 경고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는 '세속법'과 이슬람 형법과 무슬림에게 적용되는 가족법이 함께 적용되는 투트랙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세속법은 의회에서 제정하지만 이슬람법은 주 의회에서 제정할 수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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