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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파 속 장기 집회…“나라 지키기 위해 추위 이겨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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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찬반 집회 장기전…중장년층 고령층 다수
기상청 16일 한파 예보…한랭질환자 발생 우려
충돌 격화 우려…"대화경찰 배치 등 충돌 미연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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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보수 측 집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강다현 기자
"추워도 어쩌겠어요. 은박지 담요를 두르고 추위를 이겨내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장기전도 버틸 수 있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지 일주일째인 13일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은 찬성과 반대 양측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경기 용인에서 온 김모씨(67)는 털모자와 목도리, 패딩 위에 두 겹의 담요로 몸을 감싸며 보수 측 집회에 참여 중이었다. 김씨는 "밤새 추위를 견디는 사람들이 많아 핫팩과 담요를 넉넉히 준비했다"며 "집회가 길어질수록 추위부터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혹한을 견디고 있었다. 천막 주변에는 뜨거운 한방차와 컵라면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난방버스 안에서는 몸을 녹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현장 곳곳에는 쌓여 있는 컵라면 용기와 종이컵이 모여들어 참여 인원의 열기를 짐작게 했다.

주최 측은 한랭질환 방지를 위해 난방버스와 핫팩 등을 나눠주고 있지만, 물품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컵라면과 믹스커피, 은박지 담요 같은 물품들이 들어오는 족족 동난다"며 "주최 측뿐 아니라 시민들의 후원으로 물품을 보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구에서 온 이모씨(64)는 "가족들이 건강을 걱정하며 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나라를 지키려면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후손들을 위해 이 정도 추위는 참을 수 있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극심한 추위 속에서도 집회 열기는 식지 않았지만, 현장 대다수가 중장년층 참여자인 만큼 한랭질환 발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집계된 한랭질환자는 166명이며 이중 55.4%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한랭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5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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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진보 측 집회 참가자들이 패딩 위에 은박지 담요를 두르며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손영은 기자
기상청은 한파가 잠시 누그러졌지만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으며, 오는 16일 강력한 한파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예보했다.

송명제 가톨릭관동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이나 동상 위험이 크다"며 "불가피하게 집회에 참여할 경우 어지럼증이나 손발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 체온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추위 속 이어지는 장기 집회는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전날에는 야당 대표를 비난한 집회 참가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4~5일 경찰관 폭행 사건도 4건이나 보고됐다. 대통령 체포영장 시한이 설 연휴까지 약 2주 남은 것을 감안하면 찬반 시위대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충돌을 막기 위해 근원적 원인인 '각 시위대 간 충돌 가능성'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각 시위대간 간 일정 거리를 확보해 양측 집회 참여자들이 자극을 받지 않게 해야 한다"며 "각 시위대가 이동할 때 시비가 많이 붙는 만큼, 현장 곳곳에 '대화경찰관'을 배치해 충돌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집행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도로를 점령하는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집회·시위에는 원천적으로 허가를 해주면 안 된다"면서 "법령을 위반하는 시위대에겐 강력 처벌을 집행하면 자연스레 관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임상혁 기자
강다현 기자
손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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