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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3년째 맞는 우크라戰, 중동발 변수에 전황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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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11. 09. 06:00

epaselect UKRAINE RUSSIA CONFLICT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남성 두 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수도 키이우 시내에 조성된 독립광장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EPA 연합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9일(현지시간) 624일째를 맞았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을 때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며칠 안으로 승전 기념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로 방어에 성공하면서 전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퇴각하며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로는 우크라이나군의 점진적인 반격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1월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하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확전을 우려한 서방의 무기 지원 지연 속에 영토 수복의 속도를 더 끌어 올리진 못했다.

당초 올 봄쯤 이른바 대반격을 개시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계획은 지연됐고, 지난 6월에야 대반격을 선언했지만 러시아군은 이미 지뢰밭과 참호를 여러 겹을 구축하며 대비를 마친 상태였다. 양측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전선은 사실상 교착됐고 전쟁은 기약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20개월을 넘긴 전쟁이 내년 만 2년을 지나 더 오랜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종착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방은 계속된 지원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대(對)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는 미국 의회 역시 지원 예산 처리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까지 터지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두 곳으로 분산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보도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빼앗긴 모든 영토를 되찾고자 하지만 서방이 충분한 무기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화력이 부족하고, 이른바 평화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부터 끈질기게 요구해온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건네받아 전쟁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지난달 러시아군이 이를 요격했다고 밝히면서 지금 수준의 지원으로는 전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말에는 몰타에서 제3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60여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러시아는 빠져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됐다.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포함해 잃은 영토를 모두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고, 푸틴 대통령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앞서 러시아가 차지했던 지역의 절반 가량을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며 러시아가 이미 패배한 전쟁이라고 주장했지만, 한편에서는 지금의 전선대로 전쟁이 마무리될 경우 영토를 넓힌 푸틴의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차례 핵 사용 위협을 했던 푸틴이 핵 카드를 쥐고 있는 이상 서방이 무기 지원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온전히 수복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괴뢰 정권을 세워 통치하겠다는 푸틴의 계획이 어긋난데다 일반적인 지상전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강화된 점에서 러시아 역시 원치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 3월 대선에서 재집권하려는 푸틴은 폴란드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전선의 무장이 오히려 강화된 것에 대해 국내적 설명을 내놓아 하는 가운데 서방 역시 불완전한 휴전을 포함한 출구전략을 고민하면서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는 방어벽으로서 우크라이나 재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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