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머스크의 한반도 이미지와 ‘스필오버 효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4u.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0801000470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1. 08. 18:32

남북한 밤 사진_머스크_이경욱
일론 머스크가 올린 위성에서 본 '한반도 야경'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2007년 북한 개성에 갔다. 개성공단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노동당 간부들과 모처에서 점심을 먹고 선죽교 등 개성 관광지를 방문했다. 오가면서 스친 개성의 모습은 을씨년스러운 기억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10층쯤 돼 보이는 공동주택은 시멘트로 치장돼 있었다. 화강암이나 콘크리트로 마감된 게 아니었다. 더 놀라운 장면은 창문에 유리 대신 비닐이 쳐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루한 행인들의 겉치장은 말 할 것도 없었다.

한 노동당 간부가 다가와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라고 자랑스럽게 손으로 가리켰다. 잠시 서서 지켜봤다. 오가는 차량을 볼 수 없었다. 군데군데 패인 흔적도 있었다. 고속도로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국도 같았을 뿐이었다.

그보다 몇 년 전 북측이 금강산을 개방하기로 하고 현대와 협약을 맺을 때 취재 차 금강산에 가봤다. 정몽헌 당시 현대아산 회장 등과 노동당 간부들과 평양냉면 등으로 저녁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전기가 나갔다. 직원들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촛불로 불을 밝혔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종종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 노동당 간부는 현대에서 발전기를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금강산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목격한 북측의 회색빛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차로 불과 몇 시간 거리의 경기도 일산이나 서울의 모습이 오버랩돼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2024년 사진 한 장과 메시지를 접했다. 2023년 마지막 날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 소유 엑스(X·옛 트위터)에 한반도의 밤 이미지를 공유했다. '정반대인 두 선택을 했을 때 각각 벌어질 결과'를 비유해 보여주기에 적합한 재료라고 판단했으리라.

머스크는 '낮과 밤의 차이(Night and Day Difference)'라는 제목과 함께 '미친 발상(Crazy Idea): 한 나라를 자본주의 반, 공산주의 반으로 나누고 70년 후에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자'는 글을 사진에 달았다. 70년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70여 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남북한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의 아래쪽, 즉 우리의 야경은 말 그대로 휘황찬란하다. 반면 사진의 중간, 즉 북쪽은 어두컴컴하다. 그 위 중국의 선양쯤인가, 그곳은 제법 불빛이 환하다. 남북한의 전력 사정과 경제 격차가 현격하다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한 저명 언론인은 "공산주의자들은 (70년 뒤에) 거기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발전)은 공산주의의 존재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자본가는 공산주의자를 멸종시키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적었다.

맞다.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남북 격차는 이제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가끔 요즘의 평양 모습을 접하지만, 평양과 서울의 경제적 격차는 비교하기 어렵다. 오래된 경험이지만 개성의 모습을 봤기에 지난 세월의 의미, 남북 간의 격차, 서로 다른 체제 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런데 상당한 격차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라는 용어가 새삼 떠오른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한 나라의 사건이 타국의 경제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가 불균형적으로 발전하고 통신이 발달할수록 스필오버 효과는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한반도 야경 사진을 북측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접했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어떤 스필오버 효과가 나타날까. 좋은 쪽으로 스필오버 효과가 나타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타난다면 어찌될 것인가. 스필오버 효과라는 게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고 하니 우리 경제 우위를 마냥 자랑하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