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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이란도 다 싫다, 이라크 총선서 확인된 민심은 ‘반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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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2. 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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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현지시간) 열린 이라크 총선에서 국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AFP 연합
논란 끝에 재검표까지 거쳤지만 이라크 민심은 미동이 없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외세에 휘둘려왔던 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미국도 이란도 아닌 반외세 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향후 이라크 국내 정세는 외세를 배척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30일(현지시간)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한 AFP통신 등은 총선 재검표에서 미국과 이란 모두를 거부하는 반외세 성향의 알사이룬 정파가 압승을 거둔 것이 재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뒤 서방식 총선으로는 다섯 번째로 지난달 10일 치러진 이번 선거는 역대 최저치인 투표율 43%를 기록했다. 당초 총선 일정은 2022년 5월이었지만 반정부·반부패 시위대의 요구에 따라 7개월 앞당겨 진행됐다. 이날 재검표 결과 알사이룬 정파는 전체 329석 중 최다인 73석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13일 나온 초기 개표 결과와 같은 의석수다.

반면 한창 기세를 올리던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와 연계된 정당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의회에서 두 번째 많았던 48석의 친이란 정파인 파타동맹은 17석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초기 개표 당시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수도 바그다드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던 친이란 정파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이 탓에 유럽연합(EU)에서 선거감시단이 파견됐다. 재검표를 지휘한 감시단은 “대다수 투표소에서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했다.

원래 앙숙이었던 이란-이라크 관계에서 친이란계가 득세할 수 있던 데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차차 줄여가면서다. 이라크는 이슬람 수니파가 소수이고 시아파가 다수인 나라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이 틈을 비집고 세력을 키워왔지만 이번에 된서리를 맞았다.

이란은 이라크 내정 간섭을 심화하면서 민심을 잃었다. 이라크 내에서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함께 이란의 내정 간섭 역시 퇴출 1순위로 꼽혔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이라크 국민들은 미국과 이란 등 모든 외세의 개입을 거부하는 민족주의 정당에 제일 많은 표를 몰아줬다. 이라크 자체적으로 독립된 정부를 꾸리길 간절히 원한다는 방증이다.

힘을 받은 알사이룬 정파 리더이자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47)는 “개혁을 전제로 하는 비종파·비민족적 연합을 구성할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정파간 협상을 통한 연립정부가 구성돼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결과도 미지수라고 AFP는 분석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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