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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지정제’ 빠진 플랫폼 규제… 입증책임·과징금 상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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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09. 09. 17:59

당정, 공정경쟁 촉진 대책 발표
사후추정 통해 4대 反경쟁행위 금지
온라인플랫폼, 대규모유통업자 규제
독과점 플랫폼의 반경쟁행위에 대한 '사후규제'가 강화된다. 경쟁당국은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지정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다 혁신을 저해하는 사전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반칙행위를 저지른 지배적 사업자를 사후추정해 강화된 입증책임과 과징금을 부여하는 대안을 내놨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이런 내용의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방지 입법방향'을 협의했다. 공정위는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에 한해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 분야에서 알고리즘 조작 등을 통한 4대 반경쟁행위(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를 저지른 경우,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고, 과징금 상한을 현행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있지만, 플랫폼 시장의 경우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면서 이용자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사별 이용자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로 사업자 기준을 강화해 효과적인 사건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를 위해 실태조사 근거조항을 마련해서 매년 매출액, 시장점유율, 이용자수 등 관련수치를 관련업계로부터 받아 추정요건에 관한 검토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벤처업계 등에선 플랫폼은 어느 정도 이용자를 확보하고 나면 대형 플랫폼에 인수합병(M&A) 시켜 엑시트(투자 후 출구방안)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업계는 사전지정제를 기반한 플랫폼법이 제정될 경우 벤처투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플랫폼법 제정을 반대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안에서 스타트업 등의 규제부담 등의 우려를 고려해 연간 매출액 4조원 이하 플랫폼은 제외하고, 사후추정된 압도적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대해서도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한 항변권도 충분히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적발된 반경쟁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는 과징금 상한을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관련 매출액의 6%)보다 상향(8%)하고,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의 자료제출 신뢰성이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존 전자상거래법에서도 임시중지명령 제도가 있지만 요건의 엄격성 때문에 잘 활용되지 못했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선 범위를 잘 판단해 임시중지명령이 꼭 필요한 경우엔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야당 등에서 갑을관계를 규정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을 제정하려고 있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 정부가 지원해서 합리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당정은 티몬·위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키로 했다.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도 대형마트, 백화점처럼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해 규율한다는 계획이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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