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 점령한 한강 테니스장…“공공시스템 지속 확대해야”

지난해 초 한강 테니스장 일부에 시 공공예약시스템 도입
일반 시민과 동호회원간의 예약 관련 갈등 깊어져
동호회원 일부, 취사·음주 행위 및 텃세 등 지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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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공원 내 한강공원 위치도.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최근 테니스를 시작한 A씨는 한강공원 내 테니스장에 갔다가 동호회 회원들의 겁박에 불쾌감을 느꼈다.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코트 이용을 예약했지만, 동호회 회원이 "여기는 우리가 예전부터 이용해온 코트니 다음부터는 다른 코트를 이용하라"며 텃세를 부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동호회가 공공시설인 테니스장 코트를 독점 사용하다시피해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미래한강본부는 지난해 초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한강공원 테니스장 일부에 시 공공예약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운영 업체의 자체 시스템이나 유선을 통해 예약해야 했지만, 현재는 시 공공예약시스템에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를 확인한 뒤 직접 예약하면 된다.

그러나 일부 동호회가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 특정 시간대를 선점하거나 일반 시민들의 운동을 방해하는 등 갑질 행위를 일삼아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A씨는 "예약한 코트에서 운동을 시작하자 (동호회 회원이) 코트 안으로 들어와 신분과 지위를 앞세워 협박했다"며 "운영자의 제지에도 코트 내에서 텀블러 안에 막걸리를 숨겨 마시는 등 주취행위를 부리는 회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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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 내 한강 테니스장 예약 페이지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캡쳐

동호회 회원들의 꼼수예약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꼼수예약의 방법은 다양했지만, 특히 월 정기권에 대한 편법사용이 만연했다. 조조 시간대는 월 정기권 추첨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 관련 정보가 일반 시민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거나 조조 시간대 이용권을 평일 오후 시간대에 사용하는 등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주말이나 아침 이른 시간에 테니스장을 방문하다 보면 일반 시민은 거의 없고, 동호회 회원들만 일부 코트 전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덕모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이런(동호회 회원들이 코트를 점령하는) 문제가 제기 된 건 오래 전"이라며 "체육시설물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지만 동호인들은 시설물이 본인들의 전유물이라는 공통적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공공체육시설물은 사적재가 아니라 공공재"라며 "공공체육시설이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시설물로 거듭나기 위해선, 사용에 대한 권한이 동등하게 적용되는 공공예약시스템 도입을 지속 확대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한강공원 테니스장은 한정된 규모 대비 이용 수요가 월등히 많아 지난해부터 예약시스템을 도입해 회원·비회원 구분 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한 이용질서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집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